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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미림극장은2013 년 재개관하면서 현재 실버극장으로 운영되고 있는 장소로 작품이 스며들 공간을 찾는 작업이었다. 정적인 사물과도 같은 곳, 기호학적인 파편들을 줍는 곳이 바다였다면 미림은 그러한 파편들과 온갖 사물들이 뒤섞인 만물상 같았다. 1883 년 개항을 기점으로 인천은 근대 도시로 변모해 왔고, 이곳은17 개가 넘는 극장들이 성업중이었다. 미림극장은1957 년에 송현동 중앙시장 진입로에 천막극장을 세워 무성영화를 상영하며 시작했다. 시대의 흐름에 밀려2004 년7 월에 경영난으로 폐관 후, 2013 년에 재개관했다. 어르신들을 위한 실버극장으로 문을 열면서 고전영화관으로 자리매김 하고 있다.지금 이곳은 보통의 현대인들의 인식 속 극장의 의미와는 먼, 1957 년 개관 당시를 기억할 수 있는 노스탤지어적인 장소도 아니었다. 그저 고전영화를 보고 여가를 보내거나, 청소, 매점관리, 노래, 기타교실 회원 등 은퇴 후의 또 다른 자신의 사회적 위치를 찾으시는 어르신들로 이루어진 유기체였다. 그 어르신분들 중에 노래교실 회원 두 분이2019 년12 월<동시상영> 전시를 하며 진행한 음악협업 공연때 내레이션 배우들이 되었다. 이때 한 어르신이 쓸모없는 이 노인이 쓸모있는 사람이 되는 것이냐며 웃으며 건네주신 그 한마디는 작가로서의 예술적 실천에 대한 생각을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해주는 계기가 되었다. 또 차마 버릴수 없어 가지고 계시다는 낡은 영사기, 필름 릴, 폐영사기 램프, 상영전 광고필름 등으로 가득찬 영사기사님의 창고를 보게 되었다.무연사, 고독사가 떠올랐던건 왜일까.

2019 년6 월, 미림극장은 많은 공통점을 안고 있는 일본 요코하마 잭앤베티극장과 함께 영화제를 개최한다. 여기서 나는 극장의 초대받아 다시 한번 전시를 진행한다. 요코하마 다문화영화제의 개최극장인 잭앤베티(JACK&BETTY)는1952 년도에 요코하마 명화극장으로 시작되었으나 폐관과 재개관을 반복하다2005 년부터 현재 운영체계로 자리를 잡았다. 지역적 특성 또한 닮아 있는데, 인천과 요코하마는 인구가300 만명 이상 되는 수도와 가까운 항만도시로 구도심에 차이나타운이 있다는 점, 최초의 철도가 부설된 곳이라는 점, 한때는 수많은 영화관이 성업했다는 점 등이 있다. 한국의 교과서에 철수와 영희가 있다면 일본에는 자크와 베티가 있다고 한다. 청계바다, 인천미림 여기에 요코하마 철수영희극장으로 행로를 더하고자 한다.

인천미림Incheon, gr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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