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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라지는 장소_소환되는 사람들 Disappearing Place_Appearing Ghost》

• 일시 : 2022. 12. 19 – 12. 23

• 장소 : 인천아트플랫폼 C동 

• 작가 : 크리스 브린가스, 이주용 

• 기획 : 나오미 

• 운영시간 : 11:00 – 18:00

• 초대일시 : 퍼포먼스 2022.12.21(수) 오후4시 

    이주용 <환한 어둠이 살고 있는 장소>

    (퍼포머 : 모지민, 이정자  음악감독 Sound :  레인보우99)

• 후원: 인천광역시, 인천문화재단 

• Date : 2022. 12. 19 – 12. 23

• Venue : Incheon Art Platform C Performance Hall

• Artist : Cris Bringas, Lee Juyong

• Curated by : Naomi

• Hours : 11:00 – 18:00

• Invitation

 : Performance 2022.12.20(wed) pm4

   Lee Juyong <A place where bright darkness lives>

    (Performer : More Zmin, Lee Jeongja,  Sound : Rainbow99)

• Sponsored by : 

  Incheon Metropolitan City, Incheon Foundation For Arts & Culture

기획글_나오미   

 

《사라지는 장소_소환되는 사람들》은 인천과 마닐라 두 도시의 단관극장을 중심으로 그것을 둘러싼 환경이 개항, 전쟁, 산업화 등 근대화과정의 기억과 어떻게 상호 연관되며 현재 사라져가고 있거나 우리에게 나타나는지 비교연구한다. 본 전시는 기획자 본인이 단관극장의 상실을 주제로 전시한 2018년 바다극장(서울), 미림극장(인천)에서의 《동시상영》(2018)과 인천의 해안선의 변화, 자연해안선의 상실, 포구의 매립 등을 주제로 기획했던 전시 《연안해방Liberation of coastline landscape》(2020)에 이어 진행해 온 리서치의 결과를 담은 전시로, 필리핀 마닐라의 단관극장에 관한 영화 시리즈를 제작해오고 있는 영화감독 크리스 브린가스(Cris Bringas, 필리핀, 영상), 역사 사진 수집가이기도 하며 장소성에 주목하여 근현대사의 기념비를 만들어 미술적 지표로 생성하는 작업을 이어오고 있는 작가 이주용(Lee Juyong, 한국, 사진,홀로그래피,영상)을 통해 살펴보고자 한다. 

 

단관극장, 맥아더 모뉴먼트, 차이나타운

1987년부터 2013년까지 쓰였던 필리핀의 500페소 화폐에는 50년대 한국의 이미지가 그려져 있었다. 지폐의 앞면에는 베니그노 아키노(Benigno Aquino)의 초상과 그가 마닐라 타임즈(The Manila Times)의 종군기자로 한국전쟁에 참전시 사용했던 타자기가, 뒷면에는 군복을 입고 왼손엔 카메라를 들고 있는 그의 초상 뒤로 ‘Korea’ ,‘Seoul’, ‘Kaesong’ 등 한국 지명이 등장하며 제1 기병사단 38선 돌파(1st Cav knives throught 38)라는 제목의 기사가 배경이었다. 지폐 뒷면 가운데에는 필리핀 참전 군인들에게 손을 내밀고 있는 한국 아이들의 모습과 꽃을 파는 소녀가 그려져 있었다. 이 500페소 지폐는 약 30여년간 통용돼 왔으나, 현재는 아키노 부부가 밝게 웃고 있는 초상화로 바뀌었고 1986년 ESDA 민주항쟁 모습도 담겨있다. 뒷면에는 필리핀 희귀 조류인 파란목앵무새와 프린세사 지하강 국립공원 모습으로 대체되었다. 

인천(1883)과 마닐라(1834) 두 도시는 개항지로 전쟁 이후 비슷한 변화를 겪어온 역사를 지니고 있다. 하나의 예로 맥아더 모뉴먼트를 들 수 있는데, 전쟁 이후 동아시아에 세워진 이 모뉴먼트는 한국 인천(1957, Freedom Park, Incheon, South Korea), 필리핀 마닐라(1952, MacArthur Bridge, Maynila, Philippine), 일본 아야세(MacArthur Garden Ayase, Kanagawa, Japan)에 있다. 이는 전쟁의 상흔이지만 동시대 우리가 기억해야할 역사로 기념하고 있는 것이다.

단관극장의 비교연구를 통해 살펴보면, 인천은 근대화 시기 최초의 극장 협률사(1895)가 있었고 이후 명칭을 애관(1921-)극장으로 바꿔 2022년 현재 보존과 개발 사이에 서있다. 이 시기에 동방, 키네마, 피카디리, 인형, 오성, 미림 등이 있었는데 대부분 사라지고 그 중 미림극장은 외관은 바뀌었지만 내부는 당시 극장 건축물의 특징을 유지한 채 재개관을 해 운영중이다. 사라진 건축물을 그 터 위에 다시 재현하기도 하는데, 인천 일본 조계지에 있던 호텔로 한국 최초의 호텔이었던 대불호텔(大佛hotel, 1887-1978, 2018-) 또는 다이부쓰 호텔(Daibutsu Hotel, 大仏ホテル)이 그 예이다. 반면 마닐라는 상대적으로 의도했든 혹은 그렇지 않든 데스마스크(death mask)와 같은 극장의 건축물들이 남아 있었다. 이번 2022년 7월 리서치 트립시 그 흔적들을 발견할 수 있었고 모뉴먼트, 건축물은 우리에게 기꺼이 과거와 현재의 매개체가 되어 주었다. 애관을 중심으로 인천의 경동 거리에 극장 문화가 성행했듯, 크리스 영화의 배경이기도 한 마닐라의 퀴아포 거리에는 라이프, 타임즈, 글로브 등의 극장이 있었다. 이 곳 또한 시간이 멈춰진 장소, 더이상 운영을 하지 않는 극장이었지만  인천에서 사라진 극장들을 호명할 때 그러한 흔적조차 사라져 벌써 전설이 되어버린 그 터에 대한 아쉬움이 컸는데, 그래서인지 마닐라에서 극장의 건축물을 마주했을 때 더 반가움으로 다가왔을지도 모른다. 

 

이번 전시에서는 장소에서의 기억의 파편을 발견해 사진, 영상 매체로 새롭게 맥락화시키거나 그 매개체들을 기록하며 시각화하는 동시대 작가들과 현재 우리의 삶 속에서 실제 매개자가 되어주는 퍼포머를 통해 두 도시의 문화지리적인 장소성, 역사성을 한 전시장 안에 병치한다. 나아가 사라지고 있는 장소들의 대안적 가능성을 살펴본다.  

크리스 브린가스(Cris Bringas, 필리핀, 영상)의 영상 <사라진 것들을 기억하며 A Remembering of Disremembering>(2019)는 마닐라 퀴아포 거리에 위치한 타임즈 극장을 배경으로 한다. 은퇴를 앞둔 영사기사와 나이가 들어 유명해진 한 여배우를 통해 극장의 성대했던 모습에서 쇠퇴까지의 여정을 짧은 다큐멘터리로 담아냈다. 극장 안에 멈춰진 영사기와 극장 밖에서 빠르게 돌아가는 미싱기. 현재 극장의 시간성을 이 두 장면을 통해 극명하게 설명하는 듯 했다. 이 장면이 낯설지 않았던 것은 아마 인천 미림극장의 영사실과 양키시장 수선집에서의 미싱기 소리 때문이었을 것이다. 서로에게 나의 과거이면서 나의 현재의 모습인 것이다. 영화는 케니 놀런(Kenny Nolan)의  <love's grown deep>(1977)으로 감독의 메시지를 대신하며 끝이 난다. 크리스는 필리핀 마닐라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영화감독으로 마닐라의 단관극장에 관한 영화 시리즈를 제작해왔다. 그의 두번째 작품으로는 <Next Picture>(2020)가 있는데 극장이 퀴어의 공간으로 바뀐 현실을 다루었고, 현재 세번째 시리즈 작품을 진행중에 있다. 그는 장소는 정치적이라 말한다. 사회의 시선 속에서 장소를 잃은 사람들이 이 오래된 극장을 스스로 안전지대로 만든 것이다. 

이주용(Lee Juyong, 한국, 사진,홀로그래피,영상)은 인천의 단관극장과 그 주변 지역성의 변화를 사진으로 표상화하는 작업을 이어오고 있다. 2021년 미림극장에서의 전시 <극장 디오라마_환대의 장소>를 진행하며 송현동의 지역성에 주목했고, 폐관된 오성극장이 위치한 양키시장(송현 자유시장)을 중심으로 사라지는 장소와 사람들을 사진, 영상 매체로 기록했다. 사진수집가이기도 한 작가의 컬렉션에서 사후사진이 중요한 비중을 차지한다는 점에서 그의 작업이 실체없는 장소의 기억을 유령화하며 시각화한다는 것은 당연한 결과이기도 하다. 마치 그의 사후사진과 같이 장소의 건축물과 사람들을 사진으로 기록하는 것이다. 양키시장 풍경을 담은 사진작품 <환한 어둠이 살고 있는 장소, 양키시장>을 디오라마와 같이 450cm x 200cm의 대형 LED패널로 제작해 우리를 잠시 그 곳에 머무르게 한다. 

이번 전시에 선보이는 퍼포펀스 <환한 어둠이 살고 있는 장소 A place where bright darkness lives>(2022)는 영상 <사라진 장소_소환되는 사람들>(2021) 속 유령들을 퍼포머를 통해 전시장으로 소환시키는 작업이다. 이를 통해, 작가는 우리에게 민천식(閔千植, 황해도 사리원 출생, 1898-1967, 인천국악원장)과 양키시장에 인천국악원이 있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고 말한다. 황해도 해주, 개성 권번 장으로 활동했었던 민천식은 한국전쟁 이후 인천으로 이주해 송현동 100번지 양키시장 2층 목조 건물에 인천국악원을 설립했다. 그는 좁은 국악원에서 종이 먼지가 온몸에 뒤엉킨 채 탈을 만들고 채록본 녹음을 위해 밤새워 대본을 쓰고 음악을 정리했다. 봉산탈춤의 연희체계 구축을 위한 복원작업에 전념하였던 것이다. 해서탈춤 복원과 전통예술 전승에 일생을 바쳤던 그의 노력으로 지금의  화관무가 전승되었고, 봉산탈춤이 국가무형문화재 제17호로 지정(1967)되었지만 예능보유자 인정서를 받던 날 돌연 타계했다.(차지언, 보고사, 「꽃이 되어 추는 춤」, 2021) 그의 대표적 일화로 무용가 최승희가 한성준에게도 승무를 배웠지만 민천식이 승무로 유명해서 그를 찾아와 배웠다는 것을 들 수 있다. 당시 그는 큰 거울이 없었는데 최승희가 레슨을 받으러 오면서 큰 거울을 선물했다고 한다. 현재 이 터에서의 가락은 시장 사람들의 기억에서조차 희미해졌다. 

전시장 중앙에 펼쳐진 설치작품  <유령의 소환>(2022)은 사라진 인물들을 소환하려 취발이, 미얄할미, 먹중, 상좌, 영감, 사자, 원숭이 등 해서탈춤의 등장인물의 탈과 위장복으로 형상화한 것이다. 퍼포먼스는 두 퍼포머 이정자, 모지민에 의해 진행된다. 이들의 신체의 움직임에 의해 정지해 있던 탈 오브제의 이미지가 일시적으로 움직이는 이미지로 작동하는 것이다. 이정자는 맥아더 장군을 몸주신으로 모시는 황해도 만신으로 인천지역에서 활동하고 있으며, 모지민(More Zmin)은 발레리나, 뮤지컬 배우, 안무가, 드래그 아티스트이다. 이 둘의 공통점은 이미 우리에게 매개자의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장삼, 장군복 등의 신복을 입고 스스로 위장을 하며 신과 인간을 매개하고, 발레리나와 발레리노로 정체성을 규정짓는 사회 그 사이에서 드래그(Drag, 젠더 특성을 공연의 형식으로 풀어내는 예술 행위)로 위장하는 작업을 해왔다. 퍼포먼스의 음악감독을 맡은 RAINBOW99(류승현)는 <동두천>(2019), <오름의 지금>(2020), <물의 순환 The Water Cycle>(2021) , <재개발 블루스>(2022) Part 1_신림, 청량리, Part 2_을지로, 방배 등 특정 장소에서 감각한 것을 사운드로 형상화하는 작업을 해오고 있다. 제주도에 머물며 만든 <물의 순환>을 통해 물의 움직임에 따라 수없이 바뀌는 풍경을 바라보며, 지역성의 변화 또한 이러한 물의 흐름과 같이 순환하는 것이라 말해주고 있는 것은 아닐까. 

 

2021년 서울극장은 문을 닫았다. 그리고 그 과정을 어느 한 감독은 다큐멘터리로 남겼다. 이 영화가 보고싶었으나 그는 아직 편집중이라 했다. 마침내 그 영화가 상영되고 한국이 또 서울이 낯선 누군가 이 곳을 찾게 되었을때, 그는 서울극장을 기억해줄 것이다. 우리가 EBS 국제다큐멘터리 페스티벌(EIDF)을 통해 크리스의 영화를 보고 필리핀 마닐라라는 도시를 찾았듯이. 그리고 그 곳에서 사라진 과거와 사라지고 있는 나의 현재를 발견하게 될 것이다. 앞으로도 마닐라 뿐만 아니라 근현대 사진을 기반으로 장소의 지역성, 역사성을 비교연구하며 아시아의 역사를 공유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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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림극장→북성포구→양키시장 - 사라지는 장소, 소환되는 사람들

http://www.incheonin.com/news/articleView.html?idxno=92768

장소특정형 기획전 '사라지는 장소_소환 되는 사람들' 

https://www.news1.kr/articles/?490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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