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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loating Islands, Day for Night》 

일시 | 2023.11.15 – 2023.11.30

장소 | 디스이즈낫어처치(TINC)

시간 | 10:00–18:00

글 | 고원석

리서치_제주 | 오춘옥(제주 무형문화재 제2호 영감놀이 보유자)

리서치_일본 | 야마다 다까코(감독, 시민기자, 인천시민명예외교관)

설치 | 황호빈

그래픽 디자인 |  김박현정

후원 | 서울특별시, 서울문화재단

 

Date | 15.Nov.2023 – 30.Nov.2023

Venue | TINC(this is not a church)

Hours | 10:00 – 18:00

 

Text | Koh Wonseok

Research_Jeju | Oh Chunok

Research_ Japan | YAMADA TAKAKO

Installation | Huang Haobin

Graphic design | Kimbak Hyunjeong

Supported by Seoul Foundation for Arts and Culture

‘당신이 그 장소에 놓인 것처럼’*

 

오래되어 희미해진 것들, 육중한 무게를 가진 것들의 틈바구니에 있는 작은 존재들, 어렴풋한 실체를 굳이 확인하지않아도 되는 미미한 것들. 이런 것들이 작가 나오미가 관심을 갖고 있는 대상들이다. 서양화와 동양화 모두를 전공하고, 무대미술과 영화미술, 문화재 모사 등의 경험을 갖고 있는 나오미는 거대한 시공간의 물줄기를 유영하며 걷어 올린 대상들을 다양한 자료와 자문을 수집하며 조사, 연구하는 것에서부터 작업을 시작한다. 연구의 과정에서 그는 능동적이고 의욕적인 태도로 흩어져 존재하는 사실의 편린들을 적극적으로 포집하고 주요 대상자들을 끈기있게 추적하는데, 이는 시각예술가로서 창작을 위해 행하는 자유분방한 연구와는 조금 다른 특징을 갖는다. 

이렇게 준비된 내용들을 기반으로 나오미는 과거의 시공간을 현재화된 가상공간으로 재현한다. 디오라마 형식의 대형 연작 회화와 병풍의 형식이나 여기저기 놓인 보조장치 위에 놓인 일련의 그림들, 그리고 영상으로 구성된 이번 전시 또한 그가 지목한 몇개의 시공간이 모여 구성된 하나의 거대한 기억장치로 볼 수 있겠다. 나오미의 작업을 특징짓는 수식어 중 하나가 ‘스펙터클’일 것이다. 이번 개인전의 구성과 작품들 또한 그가 다뤄온 시공간의 생생한 현장감을극적으로 재현하고 있는데, 여기에 과거 교회 예배당으로 쓰였던 전시장의 건축적 이력과 구조가 그러한 스펙터클의속성을 더 강화시킨다. 

이번 전시에 출품된 작품들은 해양이라는 공통된 공간적 기반 위에 몇개의 시간과 스토리를 교차하며 펼쳐놓는다. 먼저 일련의 대형 캔버스로 구성되어 전시장에서 가장 큰 면적을 점유하고 있는 작품 <파시>는 작가가 2022년 개최한개인전에서 선보였던 5점의 연작회화와, 내용적으로 대구를 이루는 시공간을 재현한 4점의 신작을 하나로 묶어 발표한 대작이다. 냉동장비가 변변치 않았던 과거에 어획의 현장에서 주기적으로 열렸던 해상시장인 파시는 수많은 배들이 서로 접안하며 순식간에 초현실적 해상도시를 만들어내고, 사람과 돈, 생물과 물건들이 마치 혈관에 공급되는 혈액처럼 빠르게 움직이다 다시 순식간에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일시적 시공간이다. 나오미는 작품 <파시>에서 마치 공연이 벌어지고 있는 동안엔 영원한 시공간으로 영속할 것 같은 무대가 공연이 끝나면 기억의 단서도 없이 깨끗하게사라지는 것처럼 일시적으로 존재했다가 사라져 언제 호출될지 모르는 상태로 부유하는 역사의 서사성을 표현한다.중첩된 디오라마 형식으로 배치된 <파시>는 낮과 밤, 사실과 상상, 현실과 초월, 풍경과 비풍경의 대조를 하나의 시공간에 공존시킨다.

<파시>를 디오라마 형식으로 만들어진 무대위의 배경이자 주인공으로 가정한다면 전시장 전체는 무대의 앞과 뒤로구분할 수 있다. 그의 작품제목을 빌어 표현한다면 무대의 앞은 낮이자 연불(煙火)의 공간, 무대의 뒤는 밤이자 신불(煙火)의 시간이고, 전시에는 이 두 시공간이 동시에 존재한다. 연불의 공간에는 어류의 흐름과 시간의 구조를 공히 선형적인 구조로 병치시켜 표현한 <군무>(2023)와 설화의 이미지들을 재구성하고 낮과 밤의 시간성을 부여한 <제 이름을 부르며 우는 새와 물고기>(2023)가 각각 9점의 연작으로 구성되어 존재한다.

한편 신불의 시간에는 몇점의 회화 및 사진과 함께 2점의 영상, 즉 <연불신불(煙火煙火)>(2023)과 <바다의 신, 바다를건너간 신>(2022)이 등장한다. 신작인 <연불신불>은 무형문화재 오춘옥 심방이 제주도의 토착적 무속행사인 ‘영감놀이’를 행하는 장면과 무한정 반복되는 바다물결의 이미지, 그리고 크리스티나 로세티의 시 <바다에서 잠들다>를 병치시킨 것이다. 이 작품에는 내용의 설명적 장치나 내러티브의 흐름 대신 이미지와 사운드가 주를 이룬다. 한편 2022년에 제작된 <바다의 신, 바다를 건너간 신>은 맥아더장군을 신으로 모시고 있는 이정자 만신의 자기 독백과 굿하는 장면, 맥아더가 등장하는 배경그림 등이 교차되며 등장한다. 여기엔 전쟁과 연안의 시공간이 배태한 독특한 습속의 정황이 어느정도 설명적으로 묘사되고 있다.

나오미의 작품은 스스로 무대가 된다. 그 무대엔 권력으로 무장한 익숙한 대상들이 아니라 잊고있던 기억이 재소환되고 가려진 미시서사들이 조명을 받는다. 과거의 틈에서 출발하여 현재에 당도한 시공간이 교차하며 공존한다. 방치된시간은 그의 작품에서 그 이전과 그 이후에 동시접속하며 새로운 선형의 트랙을 획득한다. 이것은 누군가에겐 대항-기억일수도, 누군가에겐 망각의 복원일수도 있다. 나오미의 작품은 미미한 것들의 시공간을 확보시킴으로써 흘러간과거를 풍융한 현재의 무대로 소환시킨다.

*나오미, 웹진 <디자인프레스>(2022.9)와의 인터뷰 내용중

 

글 | 고원석

Floating Islands, Day for Night

이번 전시는 《파시波市_Lost village on the sea》(2022)에 이어, 서남해 보다 넓은 개념으로 황해에 잔존한 가시화되지 않지만 투명하게 감각되고 인지되는 풍경의 요소로서의 바다의 신, 얼굴없는 계류자들*의 낮과 밤의 서사이다. 자연 해안선의 변화, 연안 기능의 상실, 갯벌의 매립 등 해항 풍경의 변화를 주제로 개인전과 기획전으로 진행하며 확장시켜온 《연안해방》프로젝트(2019-)의 일환으로, 사라진 풍경인 파시와 풍경의 요소를 형상화한다.

 

매립이 진행중이던 북성포구를 연구조사 할 당시 선상파시 풍경을 볼 수 있다는 것에 주목하게 되었고, 실제 마주했을 때 그 특징이 희미해져 가고 있다는 것을 목도했다. 해류를 따라 북상하던 어류와 같이 어선들이 이동했던 해상시장의 한 장면으로, 연평도 파시를 기록한 근현대 사진을 보며 그 잔상을 떠올릴 수 있었다. 임시성과 이동성의 특징으로 인해 마치 해상도시가 생성되고 소멸되는 것과 같은 일시적 풍경이 펼쳐졌던 것이다. 작품 <파시波市_Lost village on the sea>(pigment on canvas, 227x1638cm(227×182cm 9pieces), 2022-2023)는 이러한 일시적 풍경을 디오라마 형식으로 서사를 전개한다. 배가 땅이 되고 수평선이 없던 바다, 일본인이 설립한 동양포경주식회사의 대청도 고래잡이, 현재 배는 없고 닻만이 놓인 연안, 생태계의 혼란으로 사라지고 있는 새와 물고기의 초상, 바다의 신 등 역사적 사건들의 이미지, 현재의 풍경을 한 화면 안에 회화적으로 장면화한다. 

 

바다의 신에 대해: 기이한 것과 으스스한 것의 역사 쓰기

낯선 무엇에 대한 우리의 집착에 의해 배태되어진 기이한 것과 으스스한 것에 대해. 이와 같은 감각은 아무것도 없어야 하는 장소에 무언가 존재할 때, 혹은 무언가 있어야만 하는 그 곳에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을 때 발생한다. **

얼굴없는 바다의 신, 도깨비의 형상화에 대해. 도깨비참봉 또는 물참봉, 김서방, 야채, 금채, 옥채, 영감신 등 모두 도깨비를 가리키는데 서남해를 중심으로 어촌에서는 민간신앙으로 도깨비고사를 올려서 풍어를 기원하였다고 한다. 현재 전승을 찾아보기 어렵지만, 2023년 5월 제주에서 오춘옥(제주 무형문화재 제2호 영감놀이 보유자, 1953-)심방을 인터뷰하며 ‘영감(도깨비의 제주어)놀이’에서 그 형상의 흔적을 찾아볼 수 있었다. 또한 영감신 외에도 바람의 신 영등할망, 용왕신 등 신들의 축제가 아직 꺼지지 않은 불씨와 같이 해마다 진행되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실존인물의 신격화에 대해. 임경업, 최영 장군에 이어 서해 바다의 지역성, 역사성에 기반해 맥아더 장군도 신이 되었다. 맥아더 장군 무신도는 한국전쟁으로 인한 아버지의 부재, 인천에 미군기지가 있던 시대적 상황, 모뉴먼트의 설립(1957) 등으로 이정자 만신이 만들어낸 대항기억 이미지라 판단되었다. 이러한 이미지들은 시대적 상황을 직접 경험하지 못한 이들에게 과거와 동시대를 연결해주는 매개체로 느껴졌다.

다시 떠오른 바다의 신, 일본 아마비에(アマビエ, Amabie) 현상에 대해. 아마비에는 긴 머리와 부리를 가지고 있으며 몸에는 비늘, 다리 끝은 세 갈래로 갈라져 있는 바다 요괴로 코로나 이전에는 존재가 미비했으나 잠시 폭발적으로 코로나 역병에서 지켜줄 신으로 출현했다가 이내 다시 수면 아래로 사라졌다. 에도시대 사람들에게 간절하게 액병으로부터 가족을 지켜달라고 하는 마음을 담아 그린 요괴 이미지였다고 한다. 이 현상에 대한 의문을 야마다 다까코(YAMADA TAKAKO, 감독, 시민기자, 인천시민명예외교관, 1967-)기자를 인터뷰 진행하며 답을 구할 수 있었다. 으스스한 감각을 양산하는 공포의 다양한 형상, 두려움에 대항하며 만든 이미지 힘이 현재에도 유효한지에 대해. 아마비에 이미지는 잠시 현실의 요청에 답하며 회복과 치유의 역할을 했다.

아시아의 바다의 신 마조에 대해. 마조와의 조우는 인천의 차이나타운 안 의선당(義善堂)이었다. 의선당의 제단에는 중앙에 관음이, 양쪽으로 마조와 용왕신단이 있었다. 연안이 기능을 상실해가듯 장소의 기능이 상실되어감에 따라 현재의 시간보다 과거의 시간이 짙게 느껴졌다. 

 

Day for Night: 이미지의 낮과 밤 

영상 <연불신불煙火神火 fire on the moon, day for night>( single channel video, 11:25, 2023)에서는 빛과 어둠이 교차하는 디오라마 시각장치(Megalethoscope)를 활용해 연평도 파시의 근현대사진 이미지를 낮과 밤으로 만든다. 낮에는 연불, 밤에는 신불이 피어 오른다는 장면을 소리없는 몸, 몸없는 목소리들이 이미지와 사운드로 시각화되어 교차되며 우리에게, 부주의한 귀들에게 요청한다. 

작업의 방법론을 병풍그림에서 시작해 사진관/극장 배경그림을 연구조사하며 지금의 디오라마 회화의 형식으로 발전시켜 왔는데, 병풍과 디오라마의 공통점은 우리를 실제 그 장소에 놓이게 한다는 것이다. 병풍을 펼치면, 디오라마의 공간에 들어서면 우리가 발딛고 있는 현실은 가상의 다른 장소가 된다. 기존 병풍의 역할과는 달리 폭과 폭이 장면 전환의 ‘막’의 역할을 하는 것이다. 전시공간은 파시 풍경의 광활한 장막 앞, 바다 위 떠도는 섬과 같은 배들을 상징하며 회화와 오브제 형식의 환영으로 이루어져 있다. 

 

* 최기숙, 『계류자들』, 현실문화, 2022

** 마크 피셔, 『기이한 것과 으스스한 것』, 구픽, 2019 

글 | 나오미

article 1

https://www.ohmynews.com/NWS_Web/View/raw_pg.aspx?CNTN_CD=A0002978604

article 2

役に立たないものを役に立てる人になりたい‐ 羅呉美作家個展 - Floating Islands, Day for Night

https://note.com/ragoyan/n/nfb76a3596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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