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오미 개인전: 《바다의 가장자리로부터》
Research Project Part 2.
장소 | 2025.8.26–8.31, 인천아트플랫폼 C동 (인천 중구 제물량로218번길 3 인천아트플랫폼)
9.1–9.9, 부연 (인천광역시 중구 개항로106번길 8)
시간 | 11:00 – 18:00
후원 | 인천광역시, 인천문화재단
본 전시는 인천문화재단 예술창작지원사업 집중지원에 선정되어 진행되었습니다.
글 | 임종은
인터뷰 | 류영남, 황야기
그래픽디자인 | odt
제작설치 | 어나더스튜디오
NAOMI solo exhibition: 《From the Edge of the Yellow Sea》
Research Project Part 2.
Venue | | August 26–31 2025, Incheon Art Platform C (3, Jemullyangro 218beongil, Junggu, Incheon)
September 1–9, Buyeon (8, Gaehangro 106beongil, Junggu, Incheon)
Hours | 11:00 – 18:00
Supported by Incheon Metropolitan City, Incheon Foundation For Arts & Culture
Text | Lim Jongeun
Interview | Ryu Youngnam, Huang Yagi
Graphic Design | odt
Installation | Another Studio
인천아트플랫폼 C동 Incheon Art Platform C
나오미 개인전 《바다의 가장자리로부터》에 대한 소고
임종은
나오미 작가는 역사와 이야기가 중첩된 풍경을 만들어왔다. 역사의 현장이나 신비한 이야기의 발원지는, 그것이 사실이든 허구이든 주로 바다와 해안선을 따라 구성되어 왔다. 나오미가 만든 바다와 해안선은 지금의 자연 생태와 역사적 사건들, 혹은 민담이나 신화 등의 이미지를 뒤섞으며 장관을 펼쳐낸다. 특히 최근 작가는 마조, 심청처럼 바다를 통해 전승되어 온 여성과 여신 이야기에 주목하며, 여러 시공간이 교차하는 생동감 있고 웅장한 장면을 연출하고 있다.
이번 개인전 《바다의 가장자리로부터》에서는 거대한 크기의 작품만큼이나 바다라는 장소를 주목해야 한다. 작가가 오랜 시간 추적하며 연구해 온 여성들이 이 바다를 매개로 등장하고 사라지고 다시 돌아오기 때문이다. 작품 속 바다는 서사의 근원이 되어 이야기가 끊임없이 생성되는 생동감을 불어넣는다. 이 바다는 임진강, 한강, 예성강이 만나는 서해였고, 단둥, 신의주, 훈춘, 나선 등의 강 경계에 걸쳐 있기도 했다. 복건성 미주도와 대만 사이이거나, 영등이 오고 가는 길목, 제주의 어느 곳이기도 하다. 이 장소들은 이야기 속 특정 지역들의 자료이자 작가가 직접 탐방한 곳이다. 작가는 이러한 현장 조사를 바탕으로 깊이 있는 서사의 무대를 거대한 화면에 담아냈고, 우리는 바다 앞에 서게 된다.
작가는 이번 전시를 준비하며 2024년 3월 제주 칠머리당 영등굿 송별제를 조사하러 제주로 왔고, 필자 역시 같은 이유로 그곳에서 작가를 만났다. 우리는 둘 다 신화 속 여성이나 여신 이미지에 관심이 있었고, 영등에 대한 미적 상상력과 연구의 교차점을 현장에서 찾고자 했다. 이 시기 제주 어민들은 뱃일 안전과 풍어를 기원하는 의미로 영등신에게 굿을 바친다. 겨울에서 봄으로 넘어가는 시기 바람(자연)의 변덕스러움이 이 굿과 관련이 깊을 것 같은데, 영등이 의인화될 때는 여성으로 묘사되곤 한다. 근처 관광지에는 영등할망, 즉 여성 이미지로 된 조각상이 있다. 이후로도 작가는 마조와 심청을 찾아 한국뿐만 아니라 중국 등으로 가서 조사를 했고, 나는 한국에서 작가들을 만나거나 인도네시아, 대만, 홍콩 등에서 마조를, 필리핀에서는 마리아와 토착 여신 등을 찾아가는 등 각자의 연구를 이어갔다. 작가의 작업실을 방문하여 여행 이야기를 들었을 때, 마치 작가는 그곳에서 그녀들을 직접 만나 생생한 사연을 듣고 온 것 같았다.
우리도 이들을 만날 수 있는데, 전시장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작품 <Graceful Ghost, to My Mothers> (2025)가 6명의 여성들이 우아한 무용수처럼 풍파와 격랑을 배경으로 등장한다. 작가는 이들을 각각 다른 장소에서 마치 6번의 생을 살았던 한 여성이지만 동시에 다른 인물이라고 설명하기도 한다. 우리가 아는 것처럼 이들은 대부분 시대적인 한계에 휩쓸리고 수동적인 삶을 살거나 희생되고 사라진 것으로 그려져왔다. 하지만 나오미 작가는 거대한 바다를 통해 이들을 다시 불러내 우리와 마주하게 한다. 이들은 종결된 이야기 속에서 사라진 여성들이 아니라, 바다에서 끝없는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존재들이다. 그리고 이것은 작가의 성실한 수행 과정이자 예술적 상상력으로 가능했다.
그 중 몇 가지만 소개하면, 작가는 중국 각지의 신당에 모셔진 마조의 초상을 모아 사진 작업을 하며, 이것을 시대별, 지역별로 비교해 보거나 직접 가서 지역마다 재현된 마조의 재료와 형태를 면밀히 관찰했다. 중국에 가서 마조 신속 무형문화재 보유자 황야기 선생을 찾아가 그가 제작한 마조에게 바치는 제물의 형상이나 제의를 상세히 조사하기도 했다. 또 구전이나 창작물에 나오는 그녀들의 이동 경로를 직접 찾아가거나 기록하면서 그 의미를 연구하고자 했다. 황해도를 배경으로 한 심청 설화에는 인당수가 백령도 두무진 앞바다이고, 인당수 속 용궁이 중국 절강성의 심가문이라고 하는데, 나오미는 직접 백령도의 심청각과 중국 절강성 심가문에 세운 심청을 기리는 사당 심원을 찾아가기도 했다. 또 황석영의 소설 『심청, 연꽃의 길』의 여정, 제물포에서 시작해 난징, 오키나와 등을 거쳐 다시 제물포로 돌아오는 경로에 대한 의미를 되새겨보기도 한다. 이러한 과정은 작가가 신화적 상상력을 지금의 우리에게 연결하고 현실에 뿌리내리게 하는 중요한 태도이다.
이것은 신화와 이야기가 시각화되고 이미지로 재구성되는 과정이며, 동시에 작가의 회화적 성취를 이루는 토대다. 그러나 작가에게 해양 여신 이야기는 신화와 원형에 대한 호기심을 자극하고 신화적 표상 탐구의 원동력만은 아니다. 이야기의 전승이라는 과정 자체가 바다 안쪽 사람들의 삶과 욕망이 덧입혀지는 것이기에 결국 우리의 삶의 흔적도 함께 드러나기 때문이다. 짐작해 보자면, 심청처럼 불행한 삶과 죽음을 맞이한 여성이 어딘가에서 무탈하고 행복한 삶을 살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 (용궁이 아닌) 바다 건너 실제 지역을 설정하거나, 변덕스럽고 가혹한 바람에 풍어의 기원을 담아 할망의 인격으로 영등을 그리는 것이다. 임묵(林默, 960–987)이라는 실존인물로 알려진 마조는 28세에 삶을 마감했으나 40세 정도의 후덕한 이미지로 그려지는데, 바다를 지배하는 전능한 여신의 모습으로 위엄과 두려움을 느끼고자 하는 인간 심리를 반영하는 것이 아닐까 짐작해 본다. 이야기와 이미지는 사람들의 사회상과 내면도 반영하지만, 바다 안쪽 세상의 변화는 그녀들의 사연과 모습을 잠시 사라지기도 하고 나타나게도 했다. 근대화 이후 영등이나 마조의 경우는 사라졌다가 국가 공인화 과정을 거치며 다시 문화재로 등장하기도 한다.
이러한 연구는 회화적 성취와 함께 동시대와 삶에 대한 작가의 성찰을 보여준다. 작가는 바다와 얽힌 이야기를 천착하는 이유를, 주제이자 방법으로 개인과 공동체, 인간과 자연 사이를 연결하는 매개체로서 바다 또는 바다의 신을 받아들이려 했다고 말한다. 또한 바다를 건너 중국이나 일본으로 오고 간 여성들에 주목하는 것은 아시아 여성에 대한 다양한 담론으로 확장하고자 하는 시도이기도 하다.
다시 전시장의 작품으로 돌아가 보면, <파시 波市_Lost Village on the Sea> (2022)는 난개발로 사라진 해상 시장을 재현하며 이승과 저승의 경계를 넘나든다. 신작 <우리는 세상 밖으로 떨어질 수 없다> (2025)는 이승과 저승의 중간 지대인 연옥을 형상화했다. 작가는 이처럼 현실과 상상의 요소를 한 화면에 섞어 넣기 위해 전통 가옥에서 사용하던 병풍의 형식을 차용한다. 여러 폭으로 나뉘고 스스로 서 있는 화폭은 이쪽과 저쪽의 의미와 상징을 공간적으로 나누고 상상하게 한다. 그러나 나오미의 회화는 병풍만으로 보기에는 거대하고 웅장하다. 마치 연극 무대나 영화의 한 장면처럼 우리를 그 가운데 서게 한다. 회화는 하나의 거대한 무대가 되고, 이야기는 계속된다. 관람객들은 서사의 근원인 바다에서 아직 진행 중인 이야기에 예술적 상상력을 통해 참여하게 된다. 이야기로 요동치는 바다는 배경이 아닌 동시대적 삶과 연결 지점이자 통로이다. 그렇기에 멈추지 않았던 그녀들의 이야기는 우리와 연결되어 바다 위 물결 위에 유동하며 드러난다.
나오미 작가의 작품 세계는 풍경화를 넘어, 바다를 매개로 한 거대한 서사적 무대를 창조한다. 그의 작업은 희생된 신화 속 여성들을 되살려 동시대 삶과 연결시켜, 시간과 공간의 경계를 허무는 '포털'로서의 바다를 조명한다. 작가의 예술적 태도는 방대한 리서치를 바탕으로 신화와 현실을 융합하고자 하는 의지를 보여준다. 바다를 통해 아시아 여성의 삶을 아우르려는 시도를 하며, 고유한 정서와 이야기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하여 보편적인 공감을 자아내는 힘을 보여준다. 앞으로도 충실한 자료 조사가 창작의 에너지와 조화를 이루며, 거대한 서사의 기록과 재현을 넘어서는 나오미 작가만의 독자적인 예술세계를 펼쳐나가길 기대한다.
부연 Buyeon

《As She Descends》
2025.9.21-2026.3.1
Aranya Art Center, China
Participating Artists (*commissioned works):
Nadiah Bamadhaj*, Michele Chu*, Duan Zhaonan*, Duan Zhengqu, Köken Ergun, Covey Gong*, Saodat Ismailova, Jane Jin Kaisen, Liang Jiezhen and Wan Qing, Cole Lu*, NAOMI*, Susan Philipsz, Sun Yitian*, Fuyuhiko Takata, Wen Hui, Xie Qun*, Yu Youhan, Zhang Wenzhi
Aranya Art Center is pleased to announce the group exhibition As She Descends, featuring 39 artworks across painting, video, sculpture, sound, and installation by 18 Chinese and international artists, including 17 newly commissioned works. The exhibition will also highlight a selection of archival documents thoughtfully assembled by the curatorial team.
The legend of Lady Meng Jiang, a national-level intangible cultural heritage, has evolved and spread across China for nearly two thousand years, with particular resonance in Qinhuangdao. The story of Lady Meng Jiang, who embarked on a distant journey for love and brought down the Great Wall with her weeping—has spread far and wide in folk oral traditions, and has been constantly recounted in various forms of plays, folk songs, customs, and rituals. It reflects the emotions of the people in different times across different historical periods and has played a lasting role in shaping the imagination, order, and morality of society.
This exhibition invites artists from China and across Asia to respond to this legend, in an attempt to release Lady Meng Jiang from classicalist readings and engage more open-ended, diverse aspects of her figure. It asks: can grief be understood as a form of energy rather than a sign of weakness? Can love be seen as an act of agency rather than of submission?
https://www.aranyaartcenter.com/english/group-exhibition-as-she-descends
Graceful Ghost, to My Mothers
2025
Pigment and ink on silk, folding screen
150 × 360 cm (6 panels, each 150 × 45 cm)
壽
Life
2017
Gold leaf on canvas
Diameter 40 cm
Black Tears
2017
Cashew paint(腰果漆) on wood
27 × 40 × 15.5 (h) cm
The artist selected six female characters from East Asian folklore, weaving their images and stories into various parts of this folding screen painting. Narratively, these tales are both relatively independent and interconnected, as if presenting different life fragments of the same woman. The painting begins with a crying woman, and ultimately, her falling posture seems to be a journey toward the next life. Their fate floats between tragedy and hope, traversing the cycle of life and death, and also mirrors the trajectory of contemporary Asian women reshaping themselves in the gaps of an uncertain era.
现场图,“让她降落”,阿那亚艺术中心
2025年9月21日至2026年3月1日
摄影:孙诗
Installation views, As She Descends, Aranya Art Center
September 21, 2025 - March 1, 2026
Photography Sun Shi























